영화를 보고 바로 전화를 건 적이 있으신가요?저는 〈욕창〉을 보고 그랬습니다. 엔딩이 올라가는데 눈에 눈물이 흐르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특별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닙니다. "밥 먹었어?", "아빠는 뭐 해?", "요즘 무릎은 괜찮아?" 이런 평범한 안부요. 통화 시간은 3분도 안 됐을 겁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잘 안 하던 전화를 왜 그 순간 했는지,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마 아실 거예요.단순한 줄거리 뒤에 숨은 복잡한 감정들〈욕창〉(2019, 심혜정 감독)은 퇴직 공무원 창식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을 돌보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단순해요. "남편이 아픈 아내를 간병한다." 이걸 한 줄로 정리하는 건 쉽습니다. ..
어제 저녁에 포털 사이트 첫 화면을 열었더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빼곡했습니다. 누가 어디서 사고를 냈고, 누가 무슨 발언을 해서 논란이고, 누가 이혼했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언제부터 뉴스를 보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이 됐을까?영화 〈굿 뉴스〉(2024)를 보게 된 것도 그런 피로감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에 끌렸어요. "좋은 뉴스"라니. 요즘 세상에 좋은 뉴스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어서요.이 영화가 다루는 건 뉴스가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다영화를 보기 전에는 "좋은 뉴스를 전하자"는 따뜻한 메시지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전혀 따뜻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왜 우리 사회에서 좋은 뉴스가 살아남..
만약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떨까요? 저는 이 질문을 영화가 끝나고 한참 동안 놓지 못했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그 생각만 했어요.영화 〈정순〉은 정지혜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22년에 개봉한 독립 영화입니다. 60대 여성 정순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 그 이후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화려한 연출도 없고, 극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대신 그 담담함이 오히려 가슴을 더 깊게 파고듭니다.평범한 하루가 지옥이 되는 속도정순은 식품 공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60대 여성입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딸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의 전부예요. 늦깎..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모녀 관계의 잔혹한 폭력과 분리 불가능한 트라우마 (심리 분석 리뷰) 영화 정보 및 핵심 요약 원작: 오리지널 시나리오 감독: 이승주 출연: 양말복 (수경), 정이서 (이정) 개봉: 2022년 6월 8일 (대한민국) 장르: 심리 드라마, 독립 영화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핵심 요약: 딸 이정에게 의존과 폭력을 일삼는 엄마 수경과, 그 폭력 속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이정의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린 작품입니다. 모녀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정서적, 물리적 폭력의 연쇄와 트라우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