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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포털 사이트 첫 화면을 열었더니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빼곡했습니다. 누가 어디서 사고를 냈고, 누가 무슨 발언을 해서 논란이고, 누가 이혼했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체 언제부터 뉴스를 보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이 됐을까?
영화 〈굿 뉴스〉(2024)를 보게 된 것도 그런 피로감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에 끌렸어요. "좋은 뉴스"라니. 요즘 세상에 좋은 뉴스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싶어서요.
이 영화가 다루는 건 뉴스가 아니라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좋은 뉴스를 전하자"는 따뜻한 메시지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전혀 따뜻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불편했습니다.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왜 우리 사회에서 좋은 뉴스가 살아남지 못하는가"였거든요.
영화 속 주인공은 지방 방송국의 기자입니다. 처음에는 지역 사회의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지만, 시청률이라는 현실 앞에서 점점 자극적인 보도를 하게 됩니다. 살인 사건 현장을 더 가까이서 찍고, 피해자 가족의 눈물을 클로즈업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속보라는 이름으로 내보냅니다.
이 과정이 불편한 건, 주인공이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시청률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이번 한 번만"이라고 자기를 설득하며 한 발씩 선을 넘어갑니다. 그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씁쓸합니다.
시청률이라는 괴물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건 편집실의 모니터에 뜨는 시청률 그래프입니다. 자극적인 뉴스를 내보낼 때 그래프가 올라가고, 따뜻한 지역 이야기를 내보낼 때 떨어지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기자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시청률이 곧 광고 수입이고, 광고 수입이 방송국의 생존이니까. 좋은 뉴스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는 시스템. 이 구조 안에서 기자 한 명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남은 한 가지
영화의 후반부에서 주인공은 결국 큰 방송국을 떠나 작은 지역 매체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거대한 시스템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자기가 전하는 뉴스만큼은 진정성을 지키겠다는 선택이에요. 이 결말이 해피엔딩인지 아닌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볼 것 같습니다.
저는 좀 씁쓸하게 봤어요. 현실에서 이렇게 선택할 수 있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 싶어서요. 하지만 동시에, 적어도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의 마지막, 주인공이 마침내 보도한 진짜 굿 뉴스가 예상과 달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때, 저는 현실의 냉정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뉴스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주인공 자신의 양심을 지켯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면서,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뉴스를 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클릭하기보다, 잠깐 멈추고 "이 기사가 내게 정말 필요한 정보인가, 아니면 그냥 감정을 자극하려는 건가"를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대단한 변화는 아닙니다. 그래도 뉴스를 볼 때 1초라도 멈추는 습관이 생겼다는 건, 이 영화가 저한테 남긴 작지만 확실한 변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긍정적인 소식을 넘어, 조작되지 않은 진실, 인간의 선의, 그리고 공동체의 희망을 회복시키는 뉴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디어의 역할과 책임, 우리의 뉴스 소비 습관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분께 권합니다. 기자나 언론 전공 학생이라면 더더욱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굿 뉴스〉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현실적인 설정과 인물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입니다. 언론 환경과 뉴스 제작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빠른 전개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현재의 미디어 구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작품입니다. 단순히 ‘좋은 소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좋은 뉴스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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