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학번이 다시 꺼내본 영화 '클래식', 왜 우리는 아직도 빗속을 달릴까? 요즘 OTT에 볼 게 넘쳐나지만, 가끔은 화질도 좀 떨어지고 유치해도 심장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영화가 당길 때가 있습니다. 저 같은 98학번들에게는 영화 '클래식'이 딱 그런 작품이죠. 2003년 초에 개봉했으니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네요. 그때 극장에서 팝콘 먹으며 찔찔 짜던 기억이 생생한데 말이죠. 1. 손예진의 리즈 시절, 그리고 말도 안 되는 1인 2역 사실 이 영화는 배우 손예진의, 손예진에 의한, 손예진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의 주희와 현재의 지혜를 동시에 연기하는데, 이게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60년대 교복을 입은 주희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첫사랑의 정석..
"너, 목사 사모님 할 수 있어?"98학번의 찡한 첫사랑과 영화 건축학개론 얼마 전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오는데, 그 첫 피아노 반주가 귀에 닿자마자 가슴이 찡~ 하더라고요. 🎹 98학번이었던 대학 새내기 시절, 우리 모두 김동률의 그 깊은 목소리에 취해 누구나 한 번쯤은 '전생에 대단한 사랑을 했던 비운의 주인공'인 척했었잖아요. 저에게 영화 〈건축학개론〉은 아련한 추억이라기보다, 맞아, 저때 나도 저렇게 바보 같았지! 하며 혼자 피식 웃게 되는 흑역사 자서전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만난 스무 살의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이 15년 뒤에 다시 만나 함께 집을 지어가는 이야기입니다. 포스터에는 ..
무진의 안개보다 서늘했던 침묵,내 아이의 등굣길이 걱정되어 다시 꺼내본 영화 '도가니' 비가 내리기 직전, 공기가 눅눅하게 피부를 감쌀 때면 저는 습관적으로 아이를 살피게 됩니다. 영화 〈도가니〉를 처음 보았던 날, 제 코끝을 찔렀던 건 낡은 학교 복도의 습한 콘크리트 냄새와 그 속에 갇혀 있던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누군가를 지켜줘야 할 부모가 되어 다시 본 이 영화는, 억지로 외면해왔던 우리 사회의 비릿한 구석을 기어이 직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자욱한 안개로 둘러싸인 도시 무진의 청각장애인 학교 '자애학원'에 미술 교사 인호(공유)가 부임하며 시작됩니다. 인호가 처음 학교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것은 환대가 아니었습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나요?울산에서 자란 내가 다시 만난 1981년 부산의 기억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울산 성남동 시장통을 지나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 남포동에 가곤 했습니다. 자갈치 시장의 비릿한 바다 냄새와 뜨겁게 김이 서린 돼지국밥집 유리창 너머로 보이던 투박한 사투리들... 영화 〈변호인〉을 보는데 자꾸만 그때 그 1981년의 공기가 코끝을 스치더라고요. 사실 어릴 땐 몰랐습니다. 평범한 아저씨들이 먹던 그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건 약속의 장소였고 또 누군가에겐 짓밟힌 진실을 붙잡는 마지막 보루였다는 것을요. 영화는 1980년대 초반 부산, 고졸 출신의 돈 없고 빽 없는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의 이야기로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