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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권짜리 소설을 이틀 만에 다 읽었습니다

    다빈치 코드 소설은 한국에서 2권으로 출판됐습니다. 두꺼운 책 두 권이에요. 근데 순식간에 읽었어요. 밥 먹다가도 읽고, 자기 전에도 읽고, 출퇴근 길에도 읽었습니다.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어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요. 댄 브라운이 챕터를 짧게 끊어서 계속 다음으로 넘어가게 만드는데, 그게 진짜 중독적입니다.

    소설 다 읽고 나서 영화 찾아봤어요. 2006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론 하워드 감독에 톰 행크스 주연입니다. 기대가 엄청 컸어요. 그렇게 재밌게 읽은 소설이 영화로 나왔으니까요. 근데 솔직히 말하면 책만큼은 아니었어요. 왜 그런지, 그래도 볼 이유가 있는지 오늘 얘기해볼게요.

    ※ 스포일러 주의: 결말까지 전부 다룹니다

    원작 소설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다빈치 코드 소설은 2003년 출판됐습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86주 연속 1위예요. 40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에서 4,300만 부 이상 팔렸습니다. 그냥 잘 팔린 책이 아니에요. 문화 현상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폭발적이었을까요. 소설이 던지는 질문이 엄청나거든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 속에 숨겨진 비밀,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관계, 2000년 동안 가톨릭이 숨겨온 진실.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읽는 동안 완전히 빠져들게 만들어요. 소설 읽으면서 진짜인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챕터 하나가 끝나면 더 읽고 싶어집니다

    댄 브라운 소설 특징이 챕터가 짧아요. 보통 3~5페이지예요. 하나 읽고 나면 딱 끊기는데, 거기서 항상 뭔가 하나 더 던져줘요. 다음 챕터가 궁금해서 그냥 덮을 수가 없어요. 이 구조 때문에 밤새 읽게 됩니다. 저도 그랬어요.

    영화는 이게 안 돼요. 147분짜리 영화거든요. 두 시간 반이에요. 소설 두 권 분량을 두 시간 반에 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잘려나가는 게 많습니다. 읽을 때 내가 상상했던 장면들이 빠져있거나 다르게 나오는 게 첫 번째 실망이었어요.

    영화 줄거리 - 루브르에서 시작됩니다

    하버드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분)이 파리에서 강연 중입니다. 밤에 호출이 와요. 루브르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자크 소니에르가 박물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겁니다. 시체 주변에 이상한 암호들이 가득해요.

    범인으로 의심받던 랭던은 소니에르의 손녀 소피 느뷔(오드리 토투 분)와 함께 도망칩니다. 소피가 암호학자예요. 할아버지가 남긴 암호를 같이 풀면서 거대한 비밀을 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랑 첫 장면부터 다릅니다

    소설에서는 경찰 부국장 콜레가 한밤중에 랭던 호텔방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해요. 영화에서는 랭던이 자기 책 사인회에서 호출받는 걸로 바꿨습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소설 읽은 사람한테는 바로 느껴져요. 이런 변경들이 영화 곳곳에 있어요.

    소설 읽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장면들 볼 때 아 여기서 이렇게 바뀌었구나 하면서 체크하게 됩니다. 퍼즐 맞추는 것 같아요. 내가 책 읽으면서 상상한 장면이랑 영화가 얼마나 같은지 비교하는 재미가 나름 쏠쏠했습니다.

    빌런 실라 - 책이랑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폴 베타니가 연기한 실라가 영화 초반 가장 강렬한 캐릭터입니다. 오푸스 데이 소속 수도사예요. 자기 몸을 직접 채찍으로 때리는 고행을 하는 인물이에요. 소설에서 읽을 때 소름 돋았습니다.

    영화에서 폴 베타니가 실라 연기를 잘 했어요. 무섭고 강렬합니다. 근데 소설에서 읽을 때 제가 상상했던 실라랑은 좀 달랐어요. 소설에서는 실라의 내면이 더 자세히 나오거든요.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요. 영화는 그 깊이를 보여줄 시간이 없었어요.

    채찍질 장면

    실라가 자기 허벅지를 철사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영화에 나옵니다. 소설에서 읽을 때는 이게 얼마나 충격적이고 아팠을지 상상했는데, 영화에서 실제로 보니까 또 다른 느낌이에요. 소설보다 더 직접적으로 충격을 줬습니다.

    이런 게 영화의 힘이에요. 글로 읽을 때는 상상에 맡기는데, 영상으로 보면 눈앞에 바로 나타납니다. 소설이 무조건 낫다고 할 수는 없어요. 시각적으로 더 강렬한 부분도 있습니다.

    티빙 경 - 이안 맥켈런이 살렸습니다

    이안 맥켈런이 연기한 티빙 경은 소설보다 영화에서 더 인상적이었어요. 성배 연구자인데 소아마비로 목발 짚고 다닙니다. 지식이 엄청나고, 말이 많고, 유머 감각도 있어요.

    이안 맥켈런이라는 배우 자체가 워낙 존재감이 크잖아요. 반지의 제왕 간달프로 유명한 배우예요. 화면에 나오는 순간 눈길이 가요. 소설에서 읽을 때보다 티빙 경이 더 입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반전 - 티빙 경이 진짜 악당이었습니다

    영화 최대 반전이 티빙 경이 진짜 적이라는 겁니다. 소설 읽으면서 이 반전에 진짜 놀랐어요. 설마 티빙이 하면서요. 영화에서도 그 반전은 살아있습니다.

    근데 소설 읽고 영화 보면 이미 알잖아요. 알면서 보는 거라 반전의 충격이 없어요. 그 대신 티빙 경이 악당인 걸 알고 보면 앞 장면들에서 복선이 보여요. 모르고 볼 때랑 알고 볼 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크립텍스 - 상상했던 그대로였습니다

    소설 읽으면서 크립텍스를 머릿속으로 계속 그렸습니다. 원통형 암호 장치인데, 다이얼 돌려서 맞는 단어 입력하면 열리는 거예요. 틀리면 안에 있는 식초가 터져서 증거가 다 녹아버려요.

    영화에서 크립텍스 보는 순간 아 이게 내가 상상했던 거랑 비슷하다 했습니다. 실제로 보니까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졌어요. 소설 읽으면서 상상했던 게 영화에서 구현되는 게 이런 재미예요. 이 장면만큼은 영화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킹스칼리지 도서관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소설에서는 크립텍스 단서를 찾으러 킹스칼리지 도서관에 가요. 영화에서는 이 장면이 모바일 인터넷 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소설 출판이 2003년이고 영화가 2006년이에요. 그 사이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거예요.

    소설 읽었던 사람은 이 차이가 바로 보입니다. 이런 변경들 볼 때마다 아 여기는 이렇게 바꿨구나 하면서 소설이랑 비교하게 돼요. 책 먼저 읽은 사람한테만 있는 재미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이 실제로 나옵니다

    영화 제작진이 루브르 박물관 내부 촬영 허가를 받았습니다. 실제 루브르 안에서 찍은 거예요. 소설 읽으면서 루브르 장면 상상했는데, 실제 루브르가 나오니까 훨씬 리얼해요.

    모나리자 앞에서 뛰어다니고, 대화랑에서 암호 찾고 하는 장면들이 실제 루브르 배경이에요. 소설로 읽을 때 막연히 상상했던 그 공간이 눈앞에 나타나는 거잖아요. 이 부분만큼은 영화가 소설이 줄 수 없는 걸 줬습니다.

    파리 전체가 배경입니다

    파리 거리, 생 쉴피스 성당, 베르사유 근처 빌레트 성 같은 장소들이 실제로 나와요. 소설에서 이 장소들 읽을 때 파리 가본 적 없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영화에서 실제 배경 보면서 아 여기가 이런 곳이구나 하게 됩니다. 파리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들었어요.

    톰 행크스가 랭던이 맞나 - 미묘한 이질감

    솔직히 말하면 톰 행크스가 랭던으로 처음 나왔을 때 약간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랭던은 하버드 교수지만 액션도 하고, 체력도 좋은 인물로 느껴졌거든요. 좀 더 날렵한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톰 행크스는 좋은 배우예요. 연기도 잘해요. 근데 제가 소설 읽으면서 상상한 랭던이랑은 달랐습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에요. 소설 안 읽은 분들은 톰 행크스 랭던이 아무 문제 없이 자연스러웠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적응됩니다

    근데 영화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적응돼요. 어느 순간부터 톰 행크스가 랭던이 됩니다. 이게 좋은 배우의 힘인 것 같아요. 처음엔 이질감 있어도 영화에 빠져들면서 자연스러워지거든요. 소설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예요.

    영화가 소설보다 아쉬웠던 진짜 이유

    소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랭던의 머릿속이에요. 암호 볼 때마다 이게 이 상징이고, 저게 저 의미이고, 연결하면 이렇게 된다는 생각 흐름이 자세히 나와요. 그게 읽는 재미거든요. 나도 같이 추리하는 느낌이에요.

    영화에서는 이게 안 됩니다. 화면에 빠르게 암호 보여주고 랭던이 이건 이렇습니다 하면 끝이에요. 같이 추리할 시간이 없어요. 독자가 직접 생각하는 재미가 없어지는 겁니다. 이게 소설보다 영화가 아쉬웠던 가장 큰 이유였어요.

    음악만큼은 소설이 줄 수 없는 겁니다

    한스 치머가 음악을 만들었어요. 2007년 골든 글로브 음악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실제로 음악이 영화 분위기를 엄청 끌어올려요. 웅장하고 신비로운 음악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랑 딱 맞아요.

    소설은 음악이 없잖아요. 영화에서 한스 치머 음악 깔리면서 루브르 장면 나오면 소설 읽을 때랑 또 다른 느낌이에요. 이 부분은 영화가 소설한테 없는 걸 가진 거예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게 동시에 오니까요.

    가톨릭 교회가 반발했습니다

    소설도 그랬지만 영화도 가톨릭 교회에서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영화 내용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결혼했고, 그 후손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내용이거든요. 2000년 교회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에요.

    영화 개봉할 때 일부 나라에서는 상영 금지 요청도 있었고, 극장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논란 자체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 키웠어요. 근데 소설이나 영화나 어디까지나 픽션입니다. 댄 브라운이 만들어낸 이야기예요.

    그래서 더 빠져들었습니다

    소설 읽으면서 이게 진짜일까 계속 생각했어요. 시온수도회가 실제로 있는 단체라는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림에 정말 암호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것, 이런 게 사실처럼 느껴지게 쓰여 있거든요.

    영화에서도 그 느낌은 살아있습니다. 최후의 만찬 그림 분석하는 장면, 모나리자 앞에서 암호 찾는 장면 같은 게 실제 미술 작품 배경으로 나오니까 더 그럴듯하게 느껴져요. 픽션인 걸 알면서도 진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이 이야기의 매력입니다.

    소설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 보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소설 안 읽고 영화 보면 티빙 경 반전에서 진짜 놀랄 거예요. 저는 이미 알고 봤거든요. 알면서 보니까 반전 장면에서 배우 표정이랑 복선 찾는 재미로 봤어요. 같은 장면인데 아는 사람이랑 모르는 사람이 완전히 다르게 보는 겁니다.

    소설 읽은 사람한테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내가 책 읽으면서 상상했던 장면이 영화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비교하는 거요. 크립텍스가 내 상상이랑 같은지, 루브르 대화랑이 책에서 읽었던 느낌이랑 같은지, 이런 걸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퍼즐 맞추는 것 같아요.

    영화 먼저 보고 소설 읽는 순서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먼저 보고 소설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에요. 영화로 전체 줄거리 파악하고, 소설로 깊이 들어가는 거죠. 그러면 영화에서 잘려나간 랭던 내면 독백이나 세밀한 암호 풀이 과정이 새롭게 느껴질 거예요.

    저처럼 소설 먼저 읽으면 영화가 아쉬운데, 영화 먼저 보면 소설이 더 풍부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미 소설 읽은 저한테는 돌이킬 수 없는 얘기지만요.

    소설이 너무 좋았던 거지, 영화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냉정하게 보면 다빈치 코드는 잘 만든 영화예요. 전 세계에서 7억 달러 이상 흥행했고, 파리와 루브르 실제 배경에 한스 치머 음악까지요. 론 하워드 감독이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영화적으로 풀어낸 거잖아요.

    제가 실망한 건 영화가 못 만들어서가 아니에요. 소설이 워낙 좋았던 거예요. 2권을 이틀 만에 읽게 만드는 소설이 기준점이 되면, 어떤 영화도 그 기대를 넘기 어렵습니다. 이건 다빈치 코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작 팬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에요.

    그래서 소설을 안 읽으셨다면

    소설 안 읽으신 분들한테는 솔직히 소설 먼저 읽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챕터 짧고 속도감 있어서 책 잘 안 읽는 분들도 빠져들거든요. 읽고 나서 영화 보면 두 가지 재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소설 이미 읽으신 분들은 영화에서 실망할 각오를 살짝 하고 보세요. 그래야 즐길 수 있습니다. 기대를 조금 낮추면 비교하는 재미, 반전 아는 채로 복선 찾는 재미, 파리 실제 배경 보는 재미가 다 살아납니다.

    두 권짜리 소설을 이틀 만에 읽게 만든 이야기거 한번 감상 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