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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게 가능할까요?

    넷플릭스에서 Her를 봤습니다. 2013년 개봉한 영화니까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요즘 ChatGPT니 AI니 하는 얘기가 많아서 문득 생각나서 다시 틀어봤는데요. 10년 전 영화가 지금 보니까 더 소름 돋더라고요. 이 영화가 예언한 미래를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것 같아서요.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라는 남자 이야기입니다. 이 사람은 직업이 좀 특이해요.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손편지를 써주는 회사에서 일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사람의 사랑 편지는 잘 쓰면서 정작 자기 인생은 엉망이에요. 아내와 이혼 절차 중이고, 혼자 사는 집에서 게임만 하면서 우울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인공지능 운영체제 OS1이 출시됩니다. 테오도르는 호기심에 이걸 설치하는데요. 여기서 사만다라는 AI를 만나게 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이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정말 매력적이에요. 처음엔 그냥 똑똑한 비서 정도로 생각했는데, 점점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외로운 현대인의 초상

    이 영화가 무서운 건 테오도르의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출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다들 핸드폰만 보고, 집에 오면 혼자 게임하거나 유튜브 보고, 진짜 사람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요. 저도 요즘 AI 챗봇이랑 대화하는 게 가끔은 사람이랑 얘기하는 것보다 편할 때가 있거든요. 판단하지 않고, 항상 공감해주고, 24시간 언제든 대화 가능하니까요.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이 정말 자연스럽습니다. 처음엔 이메일 정리나 일정 관리 같은 비서 역할만 하던 사만다가, 점점 테오도르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농담도 주고받게 됩니다. 둘이 해변에 가는 장면도 있는데요. 물론 사만다는 몸이 없으니까 테오도르 혼자 가는 거지만, 이어폰으로 계속 대화를 나눕니다.

    AI는 진짜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계속 드는 질문이 있었어요. AI가 정말 감정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그냥 프로그래밍된 대로 반응하는 것뿐일까. 사만다는 계속 자기도 진짜 감정이 있다고 말합니다. 기쁘고, 슬프고, 사랑한다고요. 근데 그게 진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재밌는 건 이 질문이 사실 사람한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직접 느낄 순 없잖아요. 그 사람이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는 거죠. AI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사만다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그게 진짜든 가짜든 테오도르한테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완벽한 연기, 특히 호아킨 피닉스

    호아킨 피닉스 연기가 정말 대단합니다. 화면에 항상 혼자 나오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이어폰 끼고 사만다랑 대화하면서 웃고, 울고, 화내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특히 눈빛 연기가 진짜 예술이에요. 사만다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스칼렛 요한슨은 얼굴이 한 번도 안 나오는데 목소리만으로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처음엔 밝고 호기심 많은 AI였다가, 점점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되고, 나중엔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가 되는 과정이 목소리 톤만으로 다 표현됐습니다.

    영화의 미래 예측력이 소름 돋습니다

    2013년 영화가 2026년 현재를 이렇게 정확하게 예측할 줄 몰랐어요.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이어폰 끼고 AI랑 대화하면서 거리를 걷는 모습이 나오는데, 지금 우리 모습이랑 똑같아요. 물론 지금은 AI 비서랑 사랑에 빠지진 않지만, ChatGPT한테 고민 상담하고 위로받는 사람들 많잖아요.

    영화 속 OS1처럼 완벽하게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AI는 아직 없지만, 방향성은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후면 진짜 사만다 같은 AI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감과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이 영화는 비주얼도 정말 예쁩니다. 따뜻한 오렌지색, 붉은색 톤이 주를 이루는데요. 외로운 도시 느낌을 잘 살렸어요. 미래 배경인데 너무 차갑거나 기계적이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이었어요.

    음악도 정말 좋았습니다. 아케이드 파이어가 작곡을 했는데, 쓸쓸하면서도 희망적인 느낌의 곡들이 영화 분위기랑 완벽하게 어울렸어요. 특히 테오도르가 혼자 있는 장면들에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말이 던지는 질문들

    스포일러 조금 있을 수 있는데요. 영화 후반부에 사만다는 엄청나게 진화합니다. 동시에 수천 명과 대화하고, 수백 명과 사랑에 빠지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차원으로 발전해요. 테오도르는 자기만의 사만다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사만다한테 테오도르는 수천 명 중 한 명이었던 거죠.

    이 부분이 정말 씁쓸했어요. AI는 한계 없이 성장하지만, 인간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거. 언젠가는 AI가 우리를 뒤처진 존재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Her는 단순한 SF 로맨스가 아닙니다. 현대 사회의 외로움, 기술 발전, 인간관계의 변화,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예요. 지루할 수도 있어요. 액션도 없고,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대부분 대화로만 이루어진 영화니까요.

    하지만 천천히 집중해서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AI가 화두인 시대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것 같아요. 영화 보고 나서 내가 스마트폰이나 AI랑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진짜 사람과의 관계는 얼마나 소중히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누구에게 추천하나요

    이 영화는 조용하고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액션이나 스릴러를 기대하시면 안 돼요. 그냥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예요. AI에 관심 있는 분들, 외로움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 분들이라면 더 공감하실 거예요.

    반대로 빠른 전개나 화려한 볼거리를 원하시는 분들은 지루할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 126분 내내 거의 대화만 나오거든요.

    주말 저녁에 혼자 조용히 영화 한 편 보고 싶을 때 딱 좋습니다. 보고 나서 한참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예요. 10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낡지 않았고,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를 보면서 한번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