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침술사가 목격한 왕의 비밀,유해진의 얼굴이 이토록 무서웠나? 적막한 금요일 밤, 거실 불을 모두 끄고 오직 TV 화면에만 집중해 보았던 영화 '올빼미'는 저에게 기분 좋은 배신감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평소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던 유해진 배우가 왕의 옷을 입고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저는 소름이 돋아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내가 알던 그 유해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그 광기 어린 얼굴... 영화가 끝나고 불을 켰을 때, 눈앞의 환한 세상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그 지독한 어둠의 서사에 깊이 빠져들었던 기억을 남겨봅니다. 영화는 인조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의 죽음을 모티브로 한 '팩션(Faction)' 사극입니다. 세자..
1995년, 내 교복 주머니 속 삐삐가 울리던 시절...우리가 몰랐던 '언니'들의 진짜 이야기 제가 79년생이라 1995년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쉬는 시간마다 공중전화 앞으로 달려가 삐삐 음성 사서함을 확인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에 열광하던 때였죠. 그때 지하철에서 정장을 빼입고 출근하던 '커리어우먼' 언니들은 제 눈엔 그저 멋진 어른처럼만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며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 화려했던 90년대의 공기 속에서, 우리 언니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진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사투를 벌였는지를요. 영화는 1995년, 세계화(Globalization..
9살 아이를 돈 대신 받아왔다.진짜 가족의 의미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저녁이었습니다. 창밖을 보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다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영화 담보.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그저 눈물 쏙 빼는 신파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고 부모님의 야윈 등을 마주하는 지금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영화의 시작은 지독하리만큼 비정합니다. 1993년 부산, 거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은 빌려준 돈을 받으러 갔다가 사정이 여의치 않은 엄마에게서 9살 승이를 '담보'로 빼앗아옵니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이 잔인한 출발선에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불편한 관계를 아주 서서히, 그리고 끈질기게 ..
반도: 폐허가 된 땅에서 찾은 가족이라는 마지막 희망, 좀비 이후의 인간성을 묻다영화 정보 및 핵심 개요감독: 연상호출연: 강동원 (정석 역), 이정현 (민정 역),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이레개봉: 2020년 7월 15일 (대한민국)장르: 액션, 드라마, 포스트 아포칼립스주제: 국가의 붕괴 이후 남겨진 자들의 생존과 인간성 회복, 그리고 가족의 의미작품 해설: 전 세계적인 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부산행 의 4년 후 이야기를 다룬 속편입니다.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국가의 기능을 상실하고 전 세계로부터 고립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단순한 호러를 넘어, 문명이 사라진 자리에서 인간이 어떻게 야만적으로 변해가는지, 그리고 그 지옥 같은 땅에서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유지시키는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라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