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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엑시트를 극장에서 봤을 때 내내 웃으면서 봤습니다. 2019년 여름 개봉했는데 940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재난 영화인데 코미디라는 게 신기했어요. 조정석과 윤아가 건물 옥상을 뛰어다니는데 무섭기보다 재미있었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를 생각해보면 보통 무겁습니다. 터널(2016), 부산행(2016) 같은 영화들은 긴장감과 공포가 핵심이었죠. 그런데 엑시트는 다릅니다. 같은 재난 상황인데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오늘은 한국 재난 영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엑시트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의 시작 - 터널과 부산행
한국에서 재난 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201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그 전에도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한 건 터널(2016)과 부산행(2016)이 처음입니다. 둘 다 2016년에 나왔어요.
터널은 하정우가 터널 붕괴로 갇히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일어날 법한 재난이라 더 무서웠어요. 부산행은 좀비 재난입니다. 한국에서 좀비 영화가 대박 난 건 처음이었죠. 두 영화 모두 천만 관객에 가까운 흥행을 했습니다.
무거운 톤의 재난 영화
터널과 부산행의 공통점은 톤이 무겁다는 겁니다. 웃을 일이 거의 없어요. 내내 긴장하고 슬퍼하다가 끝납니다. 주인공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모습이 핵심입니다.
당시엔 그게 재난 영화의 정석이었습니다. 할리우드 재난 영화도 대부분 시리어스하니까요. 한국 관객들도 재난 영화는 원래 무섭고 슬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엑시트의 등장 - 재난 코미디라는 시도
2019년 엑시트가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재난 영화인데 코미디?" 예고편을 보면 조정석과 윤아가 웃으면서 건물을 탈출하거든요. 심각한 상황인데 분위기가 가볍습니다.
감독 이상근은 의도적으로 코미디 톤을 택했다고 합니다. "한국 재난 영화가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었대요. 재난 상황에서도 유머가 있을 수 있고, 그게 오히려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거죠.
코미디가 가능했던 이유
엑시트가 코미디로 성공한 건 캐릭터 덕분입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용남은 백수입니다. 대학 산악회 출신인데 취업을 못 해서 부모님 집에 얹혀살아요.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영화는 이걸 코믹하게 그립니다.
윤아가 연기한 의주는 용남의 후배입니다. 산악회에서 함께 활동했었죠. 둘이 만나서 티격태격하다가 재난이 터집니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둘이 농담을 주고받아요. 이게 웃긴 동시에 긴장감도 줍니다.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설정
엑시트의 재난은 유독가스입니다. 정체불명의 가스가 도심에 퍼지면서 사람들이 쓰러집니다. 가스를 피하려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해요. 그래서 용남과 의주가 건물 옥상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이 설정이 영리합니다. 좀비나 지진처럼 흔한 재난이 아니에요. 하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실제로 화학 사고로 유독가스가 퍼질 수 있으니까요. 관객들이 "이거 진짜 있을 법한데?" 하고 느끼게 만듭니다.
실제 유독가스 사고 사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한국에서도 화학 공장 사고로 유독가스가 퍼진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5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피해를 입었죠.
엑시트는 이런 실제 사고를 참고했을 겁니다. 하지만 영화는 도심 전체에 가스가 퍼지는 걸로 설정했어요. 현실보다 훨씬 큰 규모죠. 영화적 과장이지만, 완전히 황당하진 않습니다.
건물 탈출 액션의 현실성
엑시트의 백미는 건물 탈출 장면입니다. 용남과 의주가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을 뛰어넘고, 밧줄로 이동합니다.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어요. 진짜 위험해 보였거든요.
실제로 배우들이 직접 했다고 합니다. 조정석과 윤아가 와이어 액션 훈련을 몇 달 동안 했대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로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더 생생하게 느껴졌던 거죠.
산악회 설정의 필연성
용남과 의주가 산악회 출신이라는 설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건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거예요. 일반인이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초반부터 깔아놓습니다.
대학 산악회 동창회 장면에서 용남이 벽타기를 시연합니다. 그때는 그냥 웃긴 장면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복선이 되는 거예요. 이런 디테일이 영화를 탄탄하게 만듭니다.
조정석과 윤아의 케미
엑시트가 재미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주연 배우입니다. 조정석은 코미디 연기를 잘하는 배우죠. 용남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백수지만 긍정적이고, 위기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이었어요.
윤아는 의주를 당차게 연기했습니다. 소녀시대 윤아라는 이미지와 달리 액션도 많이 했어요. 건물 외벽을 타는 장면이나 밧줄로 이동하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습니다. 이 영화로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고 봅니다.
로맨스 없는 남녀 케미
재미있는 건 둘 사이에 로맨스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남녀가 주인공인 재난 영화는 보통 로맨스가 있잖아요. 그런데 엑시트는 그냥 선후배 관계로 끝납니다. 엔딩에 살짝 암시만 있을 뿐이에요.
이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로맨스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재난 상황과 탈출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둘의 케미는 로맨스가 아니라 호흡에서 나옵니다. 서로 돕고, 격려하고, 농담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거죠.
가족 이야기의 따뜻함
엑시트에는 가족 이야기가 중요하게 나옵니다. 용남의 어머니 회갑 잔치로 영화가 시작하거든요. 용남은 백수라서 가족들에게 눈칫밥을 먹습니다. 특히 어머니가 용남을 못마땅해 하죠.
재난 상황에서 용남은 가족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어머니를 옥상으로 데려가고, 다른 가족들도 챙깁니다. 평소엔 무능해 보였던 용남이 위기 상황에서 진짜 아들의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한국적 정서
이 부분이 한국 관객들에게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 거는 모습은 한국인이라면 공감하는 정서니까요.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다른 점입니다.
용남의 어머니가 옥상에서 용남을 격려하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우리 아들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죠. 그때 용남이 울먹이는데, 관객들도 같이 울컥했습니다. 코미디 영화인데 감동도 있었어요.
터널·부산행과의 차이점
엑시트를 터널, 부산행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터널은 한 사람이 터널에 갇혀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야기예요.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폭력성을 비판합니다. 톤이 어둡고 답답합니다.
부산행은 좀비 떼를 피해 부산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을 다룹니다. 액션은 많지만 결말이 슬픕니다. 주인공이 죽거든요.
엑시트의 밝은 톤
엑시트는 상대적으로 밝습니다. 위기 상황이지만 주인공들이 계속 농담합니다. 용남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장면들이 많아요. 관객들도 긴장하면서도 웃을 수 있습니다.
결말도 해피엔딩입니다. 용남과 의주가 살아남고, 가족들도 무사합니다. 희생자가 나오긴 하지만 주요 인물들은 다 살아요. 재난 영화치고는 정말 밝은 결말이죠.
정부와 시스템에 대한 시선
한국 재난 영화의 공통점은 정부를 부정적으로 그린다는 겁니다. 터널에서는 정부가 무능하고, 부산행에서는 정부가 국민을 버립니다. 실제 한국 사회의 재난 대응을 비판하는 거죠.
엑시트도 비슷합니다. 유독가스가 퍼지는데 정부는 제대로 대응을 못 합니다. 구조대도 늦게 옵니다. 결국 용남과 의주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해요. "국가는 나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깔려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이후의 분위기
이런 경향은 세월호 참사(2014년) 이후 더 강해졌습니다. 세월호에서 정부의 무능과 거짓말이 드러났거든요. 그 이후 한국 재난 영화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를 담게 됐습니다.
엑시트도 2019년 영화니까 그 영향권에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정부를 비판하지는 않아요. 그냥 "우리끼리 살아남자"는 정도입니다. 사회 비판보다는 재미에 집중한 거죠.
촬영 기법과 긴장감 연출
엑시트의 건물 탈출 장면은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카메라가 배우들을 바로 옆에서 따라가면서 찍어요. 관객들도 같이 건물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 건물 옥상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안전 장치는 있었지만, 배우들이 실제로 높은 곳에서 액션을 했어요. CG로 만들었으면 이런 긴장감은 안 나왔을 겁니다.
롱테이크의 활용
몇몇 장면은 롱테이크로 찍었습니다. 컷 없이 길게 찍는 거죠. 용남과 의주가 건물 외벽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한 번에 촬영해서 편집 없이 보여줍니다.
이게 임팩트가 큽니다. 관객들은 "진짜 저렇게 했구나" 하고 느끼게 돼요. 배우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겁니다. 조정석과 윤아가 정말 고생했을 것 같았어요.
개봉 시기와 흥행
엑시트는 2019년 7월 31일 개봉했습니다. 여름 시즌이었죠. 당시 극한직업(2019년 1월)이 천만 관객을 넘긴 후였어요. 한국 영화가 잘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엑시트는 940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천만은 못 넘겼지만 대박입니다. 제작비를 생각하면 엄청난 수익이었어요. 여름 시즌 1위를 기록했습니다.
가족 관객 확보
엑시트가 흥행한 이유 중 하나는 가족 관객이 많았다는 겁니다. 15세 관람가라서 애들도 볼 수 있었어요. 재난 영화지만 잔인한 장면이 없고, 코미디라서 가볍게 볼 수 있었습니다.
터널이나 부산행은 12세, 15세 관람가였지만 어두운 분위기라서 애들이 보기 힘들었어요. 엑시트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았습니다. 여름 방학 시즌에 딱 맞는 영화였죠.
이상근 감독의 연출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의 두 번째 영화입니다. 첫 번째 영화는 독전(2018)이었어요. 마약 범죄를 다룬 액션 영화였죠. 엑시트와는 완전히 다른 장르입니다.
이상근 감독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범죄 영화도 찍고, 재난 코미디도 찍고.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궁금해집니다.
배우들과의 호흡
이상근 감독은 배우들 연기를 잘 이끌어낸다는 평을 받습니다. 조정석과 윤아의 케미도 감독이 만든 거죠. 두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액션 장면 연출이 뛰어납니다. 건물 탈출 장면들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건 감독의 연출 덕분이에요. 카메라 앵글, 편집, 음악까지 모두 긴장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성했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의 미래
엑시트 이후 한국 재난 영화는 어떻게 될까요. 2020년 이후로는 코로나 때문에 재난 영화가 별로 안 나왔습니다. 실제 재난을 겪고 있으니까 재난 영화를 안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엑시트가 보여준 건 재난 영화도 다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무겁고 어두울 필요 없어요. 코미디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긴장감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장르 믹스의 가능성
앞으로 한국 재난 영화는 더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재난+코미디처럼 장르를 섞는 시도가 늘어날 거예요. 재난+로맨스, 재난+미스터리 같은 조합도 가능하겠죠.
중요한 건 한국적 정서입니다. 가족, 공동체, 생존, 정부 불신 같은 주제들은 계속 나올 겁니다. 그게 한국 관객들이 공감하는 지점이니까요.
결론: 재난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
엑시트는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터널과 부산행이 어두운 재난 영화의 성공 사례였다면, 엑시트는 밝은 재난 영화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유독가스라는 독특한 재난, 건물 탈출이라는 신선한 액션, 조정석과 윤아의 케미, 가족 이야기의 따뜻함까지. 엑시트는 재난 영화의 기본은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긴장감도 있고 웃음도 있고 감동도 조금 있어요. 재난 영화라고 무서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보셔도 재미있습니다. 유독가스가 퍼지면 어디로 도망갈지, 건물 옥상을 타고 이동할 수 있을지. 재난 대비 교육도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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