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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씽크홀, 결론부터 말하면 볼만합니다

    주말에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가 '씽크홀'을 봤습니다. 2021년 영화니까 벌써 몇 년 됐네요. 한국 재난 영화는 솔직히 기대를 안 하고 보는 편인데, 씽크홀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차승원이 나온다길래 일단 틀어봤는데, 보고 나서 생각이 든 게 제가 집 계약할 때 지반 같은 건 한 번도 안 따져봤거든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까 괜히 불안해지더라고요.

    영화는 차승원이 11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500세대 대단지 아파트를 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초반부터 온 가족이 신나서 집들이를 준비하는데, 보는 저도 흐뭇했습니다. 학군이 좋다고 자랑하고, 지하철역이 가깝다고 얘기하는 모습이 딱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평범한 가장의 모습이었어요. 저는 지금 전세를 살고 있는데, 저 모습이 너무 현실적이라 괜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재난, 500미터 지하로 추락

    집들이 날 밤에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먹고 소주를 한잔하면서 "이제 집 걱정 없다"고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갑자기 건물이 흔들리면서 땅이 확 꺼집니다. 무려 500미터 지하로 건물째로 떨어지는데, 진짜 이게 말이 될까 싶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저렇게까지 크게 생기진 않겠지만,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재밌는 건 보통 재난 영화면 막 영웅이 등장하고 신파 장면이 있는데, 씽크홀은 그냥 동네 아저씨들이 살아남으려고 필사적으로 버둥대는 이야기입니다. 차승원과 김성균이 계속 티격태격하는데, 그게 또 재밌었어요. 말로는 서로 욕을 하면서도 위험한 순간에는 서로를 구해주는 모습이, 우리 아빠 세대 남자들의 우정 같았습니다.

    김성균의 인생 최악의 하루

    특히 김성균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캐릭터는 집 계약을 하러 가는 당일 날 아침에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땅 속으로 떨어지는데, 인생 최악의 하루죠. 지하에서 "나 원래 이런 놈이야! 운도 없어!"라고 자포자기하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웃겼습니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잖아요, 세상이 나만 괴롭히는 것 같은 날 말입니다.

    한국 재난 영화치고 CGI가 훌륭합니다

    땅 속에 떨어지고 나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물이 계속 차오르고, 건물이 무너질 것 같고, 핸드폰도 안 터집니다. 이광수가 경비원으로 나오는데 의외로 연기를 잘했어요. 런닝맨에서 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이 오히려 믿음직스러웠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위로 올라가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요. CGI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한국 재난 영화 중에서는 상당히 잘 만들어졌어요. 예산이 200억 정도 들었다는데, 확실히 돈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나 물이 차오르는 장면이 꽤 실감났거든요. 백두산이나 터널 봤을 때보다 합성 티가 덜 났습니다.

    차승원 딸역 김혜준의 무모한 구조작전

    차승원 딸 역할로 김혜준도 출연합니다. 이 캐릭터가 아빠를 찾으려고 지하로 내려가는데, 솔직히 좀 무리수였어요. 현실에선 말도 안 되는 행동이지만, 영화니까 이해하고 봤습니다. 가족애를 보여주려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살짝 억지스러운 느낌도 들긴 했습니다.

    중간에 드론을 날려서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저건 진짜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땅 속 500미터에서 드론이 올라갈 수 있을까요? 뭐 그래도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따지면서 보면 재미없으니까요.

    배우들의 연기력이 영화를 살립니다

    차승원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평범한 가장 연기를 진짜 잘했어요. 액션 영화에서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까 신선했습니다. 김성균도 정말 잘했고요. 이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영화 재미의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봅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서로 싸우다가도 위기 순간엔 손 내미는 모습들이 진짜 현실적이었어요. 영웅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몰입이 잘 됐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긴 합니다

    후반부 전개가 좀 뻔합니다

    솔직히 후반부로 가면 좀 예측이 됩니다. "아 이제 저 방법으로 올라가겠구나" 하는 게 보이거든요. 예상 가능한 전개라 긴장감이 좀 떨어지긴 했어요. 그래도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러닝타임이 113분인데 딱 적당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좀 더 리얼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약간 코믹한 부분이 많아서 진지함이 덜한 느낌이에요. 물론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긴 한데, 무거운 재난 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현실적인 메시지

    이 영화를 보면서 진짜 생각하게 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입니다. 11년 동안 모은 돈으로 겨우 집 한 채를 샀는데 하루 만에 땅속으로 사라지잖아요. 극단적이긴 하지만, 요즘 집값을 보면 이게 남의 일만은 아니거든요.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좀 씁쓸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재난 상황에서 제일 쓸모없는 게 돈이더라고요. 영화 속에서도 신용카드며 현금이며 다 무용지물이 됩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좀 뻔한 교훈이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까 그게 와닿았습니다.

    결론: 한국 재난 영화 중에서는 볼만합니다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특히 한국 재난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드려요. 터널, 백두산 이런 걸 좋아하셨다면 씽크홀도 괜찮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진짜로 우리 집 지반 상태를 검색해봤습니다. 괜히 불안해져가지고요. 여러분도 혹시 최근에 집을 계약하셨거나 이사 준비 중이시면 한번 봐보세요. 집 계약서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질 겁니다.

    주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팝콘을 먹으면서 "우와 저기서 어떻게 빠져나오지?"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됩니다.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어요. CGV에서 봤으면 더 박진감이 넘쳤을 것 같긴 하지만, 집에서 OTT로 봐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한국 재난 영화 좋아하시는 분, 차승원 팬, 가볍게 볼 주말 영화 찾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반대로 헐리우드급 스케일을 기대하시거나, 진지하고 무거운 재난물을 원하시는 분들은 기대치를 낮추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얘기하자면요.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해서 밥 먹고, 가족과 TV를 보는 것. 이런 평범한 일상이 사실 제일 큰 행복이더라고요.

    토요일 저녁에 시간 나실 때 한번 보세요. 치킨 시켜놓고 보기 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