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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다.
조커의 광기 뒤에서 우리 엄마의 슬픈 미소를 보았다
"무례함이 예의가 된 세상", 시스템이 낳은 악마
어머니의 슬픈 미소, 그리고 내가 짊어진 삶의 무게
영화 속 아서가 병든 어머니 페니 플렉을 씻기고 밥을 먹이는 장면들을 보며 저는 자꾸만 나의 부모님이 겹쳐 보여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자식인 나를 키우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견디며 사셨을 부모님의 세월이, 이제는 기력이 쇠하여 자식의 손길을 기다리는 뒷모습으로 변해버린 현실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아서가 "해피"라는 별명에 갇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강요받았듯이, 우리 부모님 역시 자식 앞에서 고통을 숨기고 '괜찮다'는 슬픈 미소를 지어오셨던 것은 아닐까요?
79년생인 저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빌런 영화가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제 청춘의 시간 동안, 제가 지켜야 할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나와 부모님이 세상으로부터 지워지지 않게 버티는 것 그 자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잉여'나 '패배자'라고 조작할지라도,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온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아서의 초반 모습은 제 자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했습니다.
아서가 결국 어머니를 제 손으로 떠나보내며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 저는 한 인간이 마지막 끈이었던 '사랑'을 놓아버릴 때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되는지 성찰했습니다. 훗날 제 아이에게 "세상이 너를 외면할지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너의 목소리를 듣고 있단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를 해봅니다. 조커의 광기가 무서웠던 이유는, 그 광기가 누군가의 관심 한 조각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외로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호아킨 피닉스, 연기가 아닌 영혼의 발작
영화를 보고 마음 깊이 남았던 질문들
1. 왜 제목이 '아서'가 아닌 '조커'인가요?
세상은 아서라는 이름의 평범한 인간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광기 어린 조커가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죠. 이는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해야만 하는 소외된 이들의 비극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2. 영화 속 '웃음병'은 실제로 존재하는 질환인가요?
네, '병적 웃음과 울음(PBA)'이라는 신경계 질환과 유사합니다. 영화는 이 병을 단순히 설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슬픔과 외면의 표현이 불일치하는 현대인의 페르소나를 상징하는 강력한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3. 영화의 모든 내용이 아서의 망상일 가능성이 있나요?
감독은 이를 열린 결말로 남겨두었습니다. 상담실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영화의 구조는, 영화 전체가 아서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조작된 시나리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그 망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왜 그런 망상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입니다.
4. 토마스 웨인은 정말 아서의 아버지였을까요?
영화 속 서류상으로는 페니 플렉의 망상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권력자들이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이 불확실성 자체가 진실마저 조작될 수 있는 기득권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5. 이 영화가 주는 궁극적인 위로는 무엇인가요?
역설적이게도 "너만 외로운 게 아니야"라는 처절한 공감입니다. 조커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가 느낀 불편함은, 사실 우리 주변의 '아서'들을 외면해온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었습니다. 그 가책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타인에 대한 친절이라는 '해답'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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