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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블랙홀 너머에서 마주한 아빠의 눈물과 5차원의 사랑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유일한 중력이다"
부모님이 견뎌온 '상대적 시간'의 무게를 이제야 봅니다
영화 속 쿠퍼가 지구의 메세지를 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보는데, 자꾸만 저의 부모님이 겹쳐 보여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79년생인 제가 이만큼 자라기까지, 우리 부모님 역시 자신들만의 '밀러 행성'에서 사셨던 것은 아닐까요? 자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남들보다 앞서가는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당신들은 세상이라는 거친 중력 속에서 자신의 1년을 지구의 10년처럼 깎아가며 사셨을 것입니다. 나는 순식간에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부모님의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느라 이미 하얗게 새어버린 뒷모습을 보며 목이 메어왔습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의 비정함과 타협하는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진 저의 모습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과연 영화 속 쿠퍼처럼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내 모든 현재를 걸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요? 90년대의 낭만이 사라진 지금, 이제는 생존과 책임을 걱정해야 하는 차가운 현실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저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는 '유령'이 되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언제나 우리를 지탱해주는 중력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인간은 결국 유한한 시간을 살지만, 누군가를 향한 '믿음'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영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훗날 제 아이에게 "아빠가 멀리 있어도, 너를 향한 나의 사랑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네 곁에 머물 거란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영화 속 머피가 노인이 되어 아빠를 마주하며 "부모는 자식의 임종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야"라고 말할 때, 그것은 삶의 순리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사랑의 완성처럼 느껴져 한참을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배우들의 눈빛이 완성한 경이로운 서사
영화 관람 후 가슴 속에 남았던 질문들
1. 왜 제목이 '인터스텔라' 인가요?
'별과 별 사이'라는 뜻으로, 인류가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성간 여행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멀어져 버린 '부녀간의 마음의 거리'를 연결하는 과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2. 영화 속 과학적 설정들은 모두 사실인가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킵 손이 제작에 참여하여 블랙홀의 시각적 구현과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매우 정밀하게 담아냈습니다. 비록 후반부의 5차원 공간은 상상력이 더해졌지만, 현대 과학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고의 고증을 거친 작품입니다.
3. 블랙홀 안에서 보낸 모스 부호의 의미는?
'STAY(남아라)'라는 과거의 후회 섞인 메시지에서 시작하여, 결국 인류를 구할 '중력 방정식의 데이터'를 전달합니다. 이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구원으로 이어지는 서사적 완성을 의미합니다.
4. 만(Matt Damon) 행성의 배신이 주는 메시지는?
인류 최고의 지성조차 죽음 앞에서는 비겁해질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줍니다. 이는 쿠퍼가 보여준 희생적 사랑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무엇이 인류를 진정으로 구원할 것인가를 반문하게 만듭니다.
5. 영화의 엔딩은 해피엔딩인가요?
딸의 임종을 지키고 새로운 동료를 찾아 떠나는 쿠퍼의 모습은 완벽한 마침표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에 가깝습니다. 비록 많은 시간을 잃었지만 사랑의 힘으로 인류를 지켜냈다는 점에서 가슴 벅찬 희망의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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