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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토피아 리뷰: 초1 딸아이의 고사리손이 완성한 퍼즐, 우리가 꿈꾸던 편견 없는 세상

    초1 딸아이와 맞춘 주토피아 퍼즐,
    그 속에 담긴 우리들의 소중한 꿈

    누구에게나 영화 한 편에 얽힌 특별한 추억은 하나씩 있기 마련이죠. 저에게 2016년에 개봉한 주토피아는 우리 큰딸과의 기억 그 자체입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우리 딸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극장을 나오자마자 주토피아 포스터가 그려진 퍼즐을 사달라고 조르더군요. 집에 오자마자 거실 바닥에 엎드려 그 작은 고사리손으로 수백 피스의 퍼즐을 뚝딱 완성해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빠, 나도 주디처럼 뭐든지 될 수 있지?"라고 묻던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이 영화가 아이에게 단순한 만화 이상의 세상을 보여주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영화는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지상낙원 '주토피아'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주디 홉스는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당당히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되죠. 하지만 꿈에 그리던 도시는 겉보기만큼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여우는 교활하다는 선입견에 갇힌 닉 와일드와 팀을 이루어 도시의 연쇄 실종 사건을 파헤치며, 영화는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차별의 말들이 얼마나 큰 벽이 되는지를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분석합니다.
    "포기하는 법을 모르는 주디", 우리 아이의 뒷모습
    저는 주디가 코뿔소와 하마 사이에서 꿋꿋하게 훈련을 이겨내는 장면을 보며, 이제 막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발을 내디뎠던 우리 딸을 떠올렸습니다. 키가 작아도, 힘이 약해도 주디는 자신의 속도를 믿고 달려가죠. 그 모습이 영화가 끝나고 어려운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던 딸아이의 집념과 닮아 있어 얼마나 기특했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이 그어놓은 한계선보다 아이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저는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제 곁의 아이를 통해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특히 사기꾼 여우 닉의 상처는 어른인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세상이 네가 교활하다고 믿으면, 굳이 다르게 보이려 노력할 필요 없어"라며 냉소적으로 웃던 닉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깎아냈던 우리들의 지난날을 반성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주디의 진심이 닉의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순간, 영화는 진정한 우정과 신뢰는 편견이라는 안경을 벗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해 보입니다.

    아이는 자라고, 추억은 퍼즐처럼 남는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때 그 초등학생이던 큰딸은 이제 훌쩍 커버렸습니다. 하지만 가끔 거실 장식장 한구석에 액자로 걸려있는 그날의 주토피아 퍼즐을 볼 때면, 팝콘 냄새 가득했던 극장 안의 공기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러셨겠지요. 자식이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같이 봐주는 그 짧은 시간이, 당신들에게는 평생을 버티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의 잣대에 익숙해진 저의 모습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과연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해주던 그날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요? 얼마 남지 않은 제 청춘의 시간 동안 제가 지켜야 할 것은 더 높은 직급이 아니라, 2016년 그 시절 딸아이와 손을 잡고 믿었던 '편견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이가 자신의 아이와 함께 주토피아를 다시 본다면, "우리 아빠도 주디처럼 나를 믿어줬단다"라고 말해주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아이의 눈과 어른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
    주토피아의 매력은 층위가 다른 재미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귀여운 동물들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나무늘보 플래시의 느릿느릿한 유머(지금 봐도 배꼽이 빠질 지경이죠!)에 열광하지만, 어른들은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함의와 역차별, 그리고 시스템의 부조리를 읽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온 가족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철학적 텍스트로서 이 영화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가젤이 부르는 'Try Everything'은 여전히 제 스마트폰 재생 목록의 단골 손님입니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그 노래 가사는, 오늘 하루에 지친 저에게 그리고 이제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딸에게 건네는 가장 다정한 응원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딸아이와 나누었던 사소한 이야기들

    1. 왜 나무늘보는 그렇게 느린가요?

    딸아이는 답답해하며 깔깔거렸지만, 저는 그 장면에서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을 풍자한 감독의 재치에 감탄했습니다. 아이의 순수한 웃음과 어른의 씁쓸한 미소가 동시에 터지는, 주토피아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 나쁜 사람은 누구였나요?

    처음엔 무서운 맹수가 범인인 줄 알았지만, 진범은 가장 약해 보이던 인물이었습니다.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딸아이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쳐 줄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습니다.

    3. 지금 다시 봐도 재미있을까요?

    물론입니다. 2016년보다 더 양극화된 지금의 사회에서 주토피아가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차이'를 '차별'로 바꾸지 않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나의 인생 평점: ★★★★★ (5.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