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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 아이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주토피아〉(2016, 디즈니)를 틀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아이를 위해 고른 거예요.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볍게 보면서 같이 웃으면 되겠지 싶었죠.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편견이 뭐야?"

    주인공 토끼 주디가 기자회견에서 "포식자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라는 실수를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아이가 그 장면을 보고 물었습니다. 편견이 뭔지, 주디가 왜 잘못한 건지. 잠깐 당황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한 편 보고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요.

    아이 눈에 비친 주토피아

    아이에게 이 영화는 "작고 귀여운 토끼가 경찰이 되는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주디가 체력 테스트에서 쓰러지고 또 일어나는 장면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여우 닉이 장난치는 장면에서 깔깔 웃고, 나무늘보가 운전면허 창구에서 느릿느릿 일하는 장면에서는 소파에서 굴러다니며 배를 잡았습니다.

    아이는 주디를 응원하고, 닉과 친구가 되는 과정을 순수하게 즐깁니다. 나쁜 양이 범인이라는 반전에 놀라고, 주디와 닉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결말에 박수를 칩니다. 아이에게는 그게 이 영화의 전부예요. 충분히 재밌고, 충분히 감동적인 모험담.

    어른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그런데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 영화는 가볍지 않습니다. 디즈니가 동물의 세계라는 포장지로 감싸놓았을 뿐, 안에 든 내용물은 꽤 날카로운 사회 비판이에요.

    "토끼는 당근이나 키우지, 경찰은 무리야"라는 편견. "여우는 믿을 수 없어"라는 고정관념. "포식자는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두려움에 기반한 차별. 이것들을 사람으로 바꿔 읽으면 현실 세계의 인종 차별, 성별 편견, 외모에 대한 선입견과 정확하게 겹칩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차별과 싸우는 주인공 주디마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설정입니다. 주디는 여우 닉을 처음 만났을 때 가방에 손을 넣어 여우 퇴치 스프레이를 만집니다. 무의식적으로요. 평소에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말하면서도, 몸은 반사적으로 "여우는 위험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거죠. 이 장면이 교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유는, 우리도 일상에서 똑같이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뭐라고 대답했는지

    "편견이 뭐야?"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잘 모르면서 미리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일 거야'라고 정해버리는 거야. 주디가 처음에 닉을 봤을 때 '여우니까 나쁜 애일 거야'라고 생각했잖아. 그런데 닉은 나쁜 친구가 아니었잖아? 같이 알아보기도 전에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 그게 편견이야."

    완벽한 설명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나도 편견 가지면 안 되겠다"라고 말했을 때, 이 영화가 만들어준 대화의 힘을 느꼈습니다. 교과서에서 백 번 읽는 것보다 영화 한 편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어주는 경우가 있잖아요. 주토피아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닌 이유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악당의 설정입니다. 보통 디즈니 영화에서 악당은 겉부터 나쁘게 생겼거나, 처음부터 수상한 인물이잖아요. 그런데 주토피아의 진짜 악당은 겉으로 보기에 가장 선해 보이는 캐릭터입니다. 이 반전이 주는 메시지가 명확해요. "편견은 무서운 외모가 아니라, 착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어있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이미 여러 번 봤습니다. 딸아이는 주디와 닉 퍼즐을 맞추면서 장면을 하나하나 다시 떠올리곤 해요. "여기 이때 닉이 웃었지?" 하고 말하면서요. 단순히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서가 아니라, 그 세계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옆에서 보며, 아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어떤 질문을 품고 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아이에게는 신나는 모험이고, 어른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가족과 함께 보면 자연스럽게 "다름"과 "차별"에 대한 대화가 시작됩니다. 주말 오후에 온 가족이 같이 보시길 진심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