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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플랫폼: 남이 먹다 남은 찌꺼기를 기다리는 삶, 수직 감옥이 보여준 비정한 자본주의

    영화 정보 및 핵심 개요
    • 감독: 갈데르 가스텔루-우루티아
    • 출연: 이반 마사구에 (고렝), 조리온 에귈레오르 (트리마가시)
    • 개봉: 2020년 (넷플릭스)
    • 장르: SF, 스릴러, 사회 심리극
    • 주제: 자원의 불평등, 생존 앞에 무너지는 도덕, 나눔의 불가능성

    작품 해설: 수직으로 끝없이 뻗은 기괴한 감옥 '구덩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층마다 두 명이 갇혀 있고, 매일 한 번씩 음식이 가득 차려진 식탁(플랫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상류층인 위층 사람들이 배를 불리고 남긴 더러운 찌꺼기가 아래층 사람들의 유일한 생명줄이 되는, 지독하게 비정하고 현실적인 계급 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 줄거리 분석: 오늘 내가 눈뜬 곳은 지상인가 지하인가

    영화 더 플랫폼의 줄거리는 주인공 고렝이 '48층'이라는 어중간한 위치에서 깨어나며 시작됩니다. 고렝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학위를 따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자원해서 이 감옥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룸메이트인 노인 트리마가시는 고렝의 이상주의를 비웃으며 이곳의 법칙을 단 한마디로 정리해 줍니다. "먹느냐, 먹히느냐. 혹은 굶느냐."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감옥의 시스템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알게 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무작위로 층수가 바뀌는데, 어제는 풍족하게 음식을 먹던 사람이 오늘 아침에는 100층 아래의 텅 빈 방에서 절망적인 눈을 뜨기도 합니다. 위층 사람들은 아래를 향해 오물을 던지고, 아래층 사람들은 위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웁니다. 고렝은 이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음식을 나누자고 소리치지만, 배부른 자에게 나눔은 귀찮은 참견일 뿐이고 배고픈 자에게 나눔은 사치일 뿐입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고렝이 스스로 플랫폼을 타고 지옥의 끝까지 내려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는 이 지독한 굴레를 끊어낼 '메시지'를 찾으려 애씁니다. 결국 아주 깊은 지하에서 마주한 진실과 희망의 상징은, 관객에게 과연 인간의 본성이 시스템의 폭력을 이겨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묵직하고도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2. 심층 분석: 화려한 만찬과 더러운 찌꺼기 사이의 거리

    이 영화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갈등을 아주 원초적인 '식욕'이라는 본능을 통해 분석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공감 능력이 거세된 사회: 내 배가 부르면 그만이다

    가장 소름 끼쳤던 점은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태도를 바꾼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래층에서 굶주릴 때는 시스템을 욕하던 사람들이, 막상 위층으로 올라가면 아래층의 고통을 외면한 채 탐욕스럽게 음식을 탐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금세 고단했던 과거를 잊고 타인을 멸시하는 우리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연대'라는 가치가 얼마나 나약한 것이며, 시스템이 설계한 굶주림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서늘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요리와 난장판이 된 식탁의 아이러니

    0층에서는 일류 요리사들이 정성껏 최고의 요리를 준비합니다. 사실 이 음식들은 모든 층의 사람들이 조금씩만 양보하면 충분히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그 화려했던 요리들은 누군가의 침과 오물이 섞인 쓰레기로 변해갑니다.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마음이 결핍되어 지옥이 만들어진다는 이 설정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겪는 현대 사회에 대한 아주 날카로운 비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3. 개인적 생각 : 부모님의 야윈 뒷모습과 나의 불안한 미래

    영화를 보는 내내 제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던 장면은 고렝의 고통이 아니라, 제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였습니다. 우리 사회라는 감옥에서, 제 부모님은 자식인 저를 조금이라도 더 높은 층으로 올려 보내기 위해, 스스로 깊은 지하층의 어둠과 배고픔을 견디며 사셨을 것입니다. 남이 먹다 남은 찌꺼기 같은 기회라도 감사하며 드셨을 그 야윈 뒷모습이 영화 속 절망적인 지하 층수와 겹쳐 보여 자꾸만 목이 메었습니다.

    또한, 이제 나이가 들어가며 얼마 남지 않은 저의 미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운 좋게 적당한 층에서 밥을 먹고 있지만, 언젠가 제가 늙고 힘이 빠져 사회에서 쓸모없다는 평가를 받게 될 때, 저는 과연 몇 층에서 눈을 뜨게 될까요? 만약 제가 200층이 넘는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면, 저는 끝까지 고렝처럼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괴물이 되어버릴지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정해놓은 '생존의 계단'은 더 가파르게만 느껴지고, 제가 가진 에너지는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가 바뀔 때마다 태도를 바꾸는 장면들을 보고 소름이 돋았던 것이 아마 내 속마음을 들켰던것 같았습니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지만, 누군가 위에서 남겨준 따뜻한 국물 한 사발에 눈물을 흘리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저에게 내가 지금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층에 있다면, 내 발밑에 있는 사람을 향해 오물을 던지는 대신 아주 작은 빵 한 조각이라도 깨끗하게 남겨두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시간 속에서 제가 지켜야 할 것은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려는 욕망이 아니라, 어느 위치에 있든 잃지 말아야 할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 연기와 연출: 좁은 콘크리트 방이 주는 압박감

    이 영화는 화려한 CG나 넓은 배경 없이도 배우들의 눈빛과 숨소리만으로 관객을 숨 막히게 만듭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긴장감은 폐쇄된 공간이 주는 원초적인 공포에서 나옵니다.

    광기와 허무를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

    고렝 역의 이반 마사구에는 영화 초반의 맑은 눈빛이 후반부로 갈수록 어떻게 광기로 물들어가는지를 눈을 떼지 못하도록 강한 몰입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굶주림 때문에 살이 빠져 뼈만 남은 그의 모습은 관객에게 시각적인 충격 이상의 고통을 전달합니다. 반면 트리마가시 역의 조리온 에귈레오르는 태연하게 비인간적인 행동을 저지르며, 생존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추악함을 우아하게 연기했습니다. 이들의 연기 앙상블이 영화의 깊이를 완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상징적인 미장센: 판나코타와 아이

    감독은 자극적인 폭력 장면 사이사이에 상징적인 소품들을 배치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판나코타'와 '어린아이'는 시스템이 결코 파괴하지 못한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과 희망을 의미한다고 분석됩니다. 플랫폼이 내려가고 올라가는 기계적인 소음과, 인물들의 거친 숨소리만으로 가득 찬 음향 연출은 관객이 그 좁은 감옥에 함께 갇힌 듯한 압박감을 줍니다. 이 영화는 아이디어와 연출력만으로 얼마나 큰 철학적 공포를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한 수작입니다.

     

    5. 총평 및 자주 묻는 질문

    총평: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

    더 플랫폼은 보기 편한 영화는 결코 아닙니다. 화면 가득 쏟아지는 불쾌한 이미지와 인간의 밑바닥을 보며 구역질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했던 세상의 구조를 이토록 정직하고 잔인하게 비추는 영화도 드뭅니다. 단순한 공포 영화를 넘어, 오늘 내가 먹은 한 끼 식사가 혹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차려진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만드는 명작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최종 평점: ★★★★☆ (4.5/5점)

    자주 묻는 질문 5가지

    • Q. 영화의 엔딩에서 아이의 정체는 무엇인가요?A. 아이는 이 잔인한 시스템 속에서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미래**를 상징합니다. 기성세대는 이미 이기심에 물들었지만, 아무런 죄가 없는 아이를 위로 보냄으로써 시스템 설계자들에게 근본적인 각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Q. 0층의 요리사들은 왜 그렇게 완벽한 음식을 만드나요?A. 이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자원은 완벽하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비극의 원인은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그 자원을 탐욕스럽게 소비하는 인간의 태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 Q. 고렝이 가져간 돈키호테 책의 의미는?A. 불가능해 보이는 적(풍차)을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고렝 역시 이 지옥 같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시도를 하는 개척자임을 상징한다고 느껴졌습니다.
    • Q. 실제로 이런 구덩이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해결책이 있을까요?A. 영화는 '자발적 연대'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이 이를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동시에 보여주며, 우리에게 소통과 양보라는 어려운 숙제를 던집니다.
    • Q. 영화가 너무 잔인한데, 꼭 봐야 할까요?A. 신체적 훼손 장면이 많아 비위가 약한 분들께는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잔인함은 자극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변하는지 보여주는 필수적인 장치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