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고 좌석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게 아니라, 2시간 동안 숨을 제대로 안 쉰 것 같아서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과장이 아닙니다. 진심입니다.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는 "역대 최고의 액션 영화" 목록에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보기 전에는 그런 평가가 과장이라고 생각했어요. 액션 영화를 워낙 많이 봐서 웬만하면 놀라지 않거든요. 그런데 보고 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차원이 다른 영화였습니다.시작부터 끝까지가 하나의 추격전보통 액션 영화는 구조가 있잖아요. 도입에서 캐릭터를 소개하고, 중반에 갈등이 쌓이고, 후반에 클라이맥스 액션이 터지는 식. 이 영화는 그런 구조가 아닙니다. 시작 10분 만에 추격전이 시작되고, 거의 끝날 때까..
하루아침에 살인범이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변호사를 부르겠다고요? 무죄를 증명하겠다고요? 그런데 만약 CCTV도, 블랙박스도, 목격자 증언도 전부 당신이 범인이라고 가리키고 있다면? 증거 자체가 조작된 거라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세상 모든 자료가 "이 사람이 범인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눈 앞이 하애집니다.〈조작된 도시〉(2017, 박광현 감독)는 정확히 이 상황에서 시작합니다.게임 잘하는 백수가 살인범이 되기까지주인공 권유(지창욱)는 특별할 것 없는 젊은 백수입니다. 취업도 안 하고 게임이나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 유일하게 잘하는 게 온라인 게임이에요.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소개팅을 나갑니다. 상대 여성과 좋은 시간을 보..
당신의 이야기는 누가 쓰고 있나요?좀 철학적인 질문처럼 들릴 수 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지금 살고 있는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게 나 자신인가, 아니면 주변의 기대와 사회의 기준인가.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2019)을 보고 나서 이 질문을 계속 씹게 됐습니다.150년 된 소설이 2019년에 다시 나온 이유〈작은 아씨들〉의 원작은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68년에 쓴 소설입니다. 마치 가의 네 자매 — 메그, 조, 베스, 에이미 — 의 성장기를 다룬 고전이죠. 수십 번 영화화됐고, 원작 자체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읽히는 작품입니다.그런데 왜 2019년에 또 만들었을까요?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단순히 자매들의 성장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이 영화를 본 날, 저녁을 거의 못 먹었습니다. 식탁에 앉았는데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고요.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2019, 갈데르 가스텔루우루티아 감독)은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품입니다. 섬네일이 독특해서 별 기대 없이 틀었는데,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한 상태였습니다. 아직도 가끔 밥을 먹다가 이 영화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이 감옥의 규칙설정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거대한 수직 구조의 감옥이 있습니다. 수백 개 층으로 되어 있고, 각 층에 두 명씩 수용되어 있어요. 건물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뚫려 있고, 거기를 통해 거대한 플랫폼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 플랫폼 위에는 최고급 요리가 가득 차 있어요.규칙은 단순합니다. 플랫폼이 자기 층에 멈추면 먹을 수 있고, 지나가면 끝. 1층은 산해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