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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세 인턴이 가르쳐준 '진짜 어른'의 품격. 꼰대가 아닌 멘토가 필요한 당신에게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이유를 아시나요?
    70세 인턴이 21세기 워킹맘에게 건넨 가장 다정한 위로

    직장 생활 20년 차를 향해가는 79년생인 저에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을까'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디지털 환경 속에서, 가끔은 저도 모르게 젊은 친구들에게 제 과거의 성공 방식을 강요하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덜컥 겁이 날 때가 많거든요. 그런 저에게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었습니다. 은퇴라는 이름 뒤로 물러났던 연륜이 어떻게 21세기의 속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그 경이로운 답을 다시 한번 가슴으로 읽어보려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전화번호부 회사의 부사장으로 은퇴한 70세 노인입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일상에서 '쓸모'를 찾지 못하던 그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어바웃 더 핏'의 시니어 인턴십 공고를 보고 다시 사회로 뛰어듭니다. 그곳의 CEO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단 1년 만에 직원을 200여 명으로 키워낸 열정적인 워킹맘이지만, 너무나 빠른 성공 뒤에 가려진 개인적인 갈등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비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줄스에게 70세의 인턴은 그저 귀찮은 인사치레에 불과했죠.
    영화의 줄거리는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서로의 '시차'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립니다. 벤은 최신 인스타그램이나 이메일 전송법에는 서툴지만, 40년 직장 생활로 다져진 **'관찰의 힘'**과 **'경청의 미학'**을 발휘합니다. 모두가 바쁘게만 돌아가는 사무실에서, 벤은 아무도 치우지 않던 지저분한 책상을 묵묵히 정리하고 동료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며 조직의 '공기'를 바꿔놓습니다. 이 영화가 유독 몰입도가 좋았던 이유는, 화려한 위기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는 사소한 배려들이 어떻게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지 지독하리만큼 섬세하게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손수건은 빌려주기 위해 있는 것이다"

    제가 이 영화를 보며 가장 큰 감동을 느꼈던 지점은 벤의 '클래식함'이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넥타이를 매고, 가방 안에는 항상 깨끗하게 다려진 손수건을 챙깁니다. 줄스가 "손수건이 왜 필요해요?"라고 물었을 때 벤은 대답합니다. "여자가 울 때 빌려주기 위해서죠."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멘토링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슬픔을 닦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 그것이 바로 21세기에 우리가 잃어버린 '어른의 품격'이 아닐까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닌 '함께 머무는 것'으로 풀어냈습니다. 벤은 줄스에게 이래라저래라 훈계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옆을 묵묵히 지켜줄 뿐입니다. 데이터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내 편이 되어주는 따뜻한 시선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합니다. 벤이 비행기 안에서 줄스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장면은, 그 어떤 화려한 액션보다도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부모님의 낡은 가방 속에도 이런 진심이 있었겠지요

    영화 속 벤이 40년 동안 들고 다닌 낡은 서류 가방을 보는데 자꾸만 나의 부모님이 겹쳐 보여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79년생인 제가 이만큼 자라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게 되기까지, 우리 부모님 역시 자신들만의 전장에서 낡은 가방을 들고 치열하게 사셨을 것입니다. 은퇴 후 거실 소파에 무기력하게 앉아 계신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며, 저는 그분들이 가진 '40년의 연륜'을 구식 취급하며 무시해오지는 않았는지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벤이 줄스의 비서가 아닌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듯이, 우리 부모님 역시 제가 길을 잃었을 때 나침반이 되어줄 준비를 항상 하고 계셨던 것은 아닐까요?

    나이가 들어 중간 관리자가 된 저의 모습도 돌아봅니다. 저는 과연 후배들에게 벤 같은 선배일까요, 아니면 줄스가 초기에 가졌던 편견처럼 '짐' 같은 존재일까요? 90년대의 아날로그 감성이 점차 사라져가는 지금, 제가 지켜야 할 것은 더 높은 직함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여유와 겸손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뼈저리게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 아이가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곁에 벤 같은 따뜻한 어른 한 명만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며 목이 메어왔습니다.

    인간은 결국 늙고 느려지지만, 누군가에게 기여하고 싶어 하는 욕구만큼은 결코 늙지 않습니다. 훗날 제 아이에게 "엄마(혹은 아빠)도 누군가의 손수건이 되어주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단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다짐을 해봅니다. 영화의 마지막, 벤과 줄스가 공원에서 함께 태극권을 하는 장면은 서로 다른 속도가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삶의 평온함을 상징하는 듯하여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 세대의 간극을 지우는 연기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그야말로 인생 연기라 불릴 만합니다. 《대부》나 《택시 드라이버》에서 보여주었던 그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세상에서 가장 선한 눈빛을 가진 노신사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미소 한 번, 고개 끄덕임 한 번에 관객인 저는 무장 해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앤 해서웨이 역시 일과 가정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느끼는 불안함과 책임감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연기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즐기고 잊어버리는 팝콘 무비가 아닙니다. 세대 간의 소통 단절과 노인 소외,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로맨틱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훌륭하게 녹여낸 수작입니다. 비록 갈등 해결 과정이 다소 이상적으로 보일지라도, 영화가 던지는 "경험은 결코 늙지 않는다(Experience never gets old)"는 메시지는 지친 우리 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비타민 같은 응원이었습니다.

    영화 관람 후 동료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들

    1. 왜 제목이 '인턴'인가요? 벤은 과거에 부사장이었는데 말이죠.

    이 제목은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70세의 노인이 신입 사원인 '인턴'이 된다는 설정은, 아무리 높은 경력을 가졌더라도 새로운 환경에서는 언제든 낮은 자세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겸손과 유연함**을 상징합니다. 또한, 줄스 역시 CEO이지만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인턴과 같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2. 벤이 항상 들고 다니는 손수건의 상징적 의미는?

    손수건은 **'타인을 향한 배려'**를 상징하는 강력한 미장센입니다. 휴지는 쓰고 버리는 것이지만, 손수건은 정성껏 빨고 다려서 다시 사용하는 물건이죠. 이는 일회성 관계가 아닌, 정성을 다해 사람을 대하는 벤의 가치관을 보여줍니다. "여자가 울 때 빌려주기 위해"라는 대사는 남성성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취약함을 돌볼 준비가 된 어른의 자세를 뜻합니다.

    3. 영화 속 '어바웃 더 핏' 사무실이 낡은 공장을 개조한 이유는?

    과거의 공장(전화번호부 인쇄소)과 현재의 IT 기반 쇼핑몰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상징하며, 벤과 줄스의 관계가 단순한 충돌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결합임을 공간적으로 암시하는 감독의 세심한 연출입니다.

    4. 꼰대와 멘토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영화 속 벤을 통해 알 수 있는 차이는 바로 **'입보다 귀를 먼저 여는 것'**입니다. 꼰대는 자신의 과거를 주입하려 하지만, 멘토인 벤은 상대방이 지금 겪는 고통이 무엇인지 먼저 관찰하고 필요한 순간에만 조용히 손을 내밉니다. 비판보다는 공감을, 지시보다는 지원을 택하는 태도가 진짜 멘토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5. 이 영화가 현재의 우리 사회에 주는 궁극적인 위로는?

    "당신의 경험은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는 당신의 연륜을 필요로 한다"는 긍정의 메시지입니다. 나이가 드는 것을 도태되는 것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지혜'는 그 어떤 인공지능이나 데이터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자산임을 일깨워주는 아주 따뜻한 응원가 같은 영화입니다.

    나의 최종 평점: ★★★★★ (5.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