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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출처: A24 · 판씨네마 공식 보도자료

     

    미나리 리뷰|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려 했던 가족의 시간, 그리고 오래 남는 순자의 얼굴

     
    영화 개요
    • 제목: 미나리 (Minari)
    • 감독: 정이삭(Lee Isaac Chung)
    • 출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 장르: 드라마 / 가족
    • 개봉: 2021
    • 러닝타임: 115분
    • 관람등급: 전체 관람가
    미나리 영화 줄거리 

    영화는 아칸소의 넓은 들판으로 이사 오는 이민자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뭔가 해보겠다는 아버지 제이콥은 땅을 사서 농장을 일구고자 하지만, 그 땅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고 기계도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어머니 모니카는 아이들과 생계를 걱정하며 점점 불안해지고, 두 사람의 말투는 예민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가족 사이의 긴장감이 높아질 무렵, 한국에서 친정엄마 순자가 미국으로 오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뀝니다. 순자는 미국식 할머니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욕도 하고, 화투도 치고, 손자인 데이비드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먹입니다. 데이빗은 할머니를 낯설어하고, 순자 역시 손자의 반응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빗은 순자의 느긋하고 투박한 방식에 서서히 스며듭니다. 이 가족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그런 식입니다. 소리를 지르고 다투다가도, 어쩔 수 없이 다시 밥상에 함께 앉아야 하는 먼 타지의 삶. 이들의 갈등은 특별한 사건보다 ‘견뎌야 하는 생활’ 자체에서 만들어지고, 그 틈새에 미나리가 들어옵니다.

    순자는 농장 바깥, 사람 손이 덜 닿은 시냇가에 몰래 미나리를 심습니다. 이 가족이 생각지도 못한 곳, 계획에 없었던 자리에 뿌리내리는 모습은 영화 후반부에 큰 의미를 남깁니다. 결과적으로 이 가족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에, 가장 잘 자란 것은 순자가 심어둔 미나리였습니다.

    1. 해외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의 마음

    〈미나리〉는 한국에서 볼 때와 해외에서 볼 때 감정이 다르게 움직이는 영화였습니다. 해외에서 몇 년 살아 본 사람이라면, 제이콥이 허름한 트럭에서 땀을 닦던 장면만 봐도 단숨에 그 마음이 읽힙니다. “여기서 잘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다.”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수백 번 되뇌며 하루를 버티던 기억이 떠오르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아칸소의 허허벌판을 비추던 카메라 움직임은 ‘이곳이 고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반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지만, 각자 마음속에는 고립감이 늘 조금씩 남아 있고, 그 고립을 딛고 살아가는 건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이민자로 살았던 사람들에게 〈미나리〉는 그 시절의 공기, 냄새, 오후 햇빛의 색감까지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2. 순자라는 사람 — 윤여정이 연기한 ‘투박한 한국의 힘’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순자는 정말 특별했습니다. ‘이민자의 외로움’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말은 투박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어른. 아플까 봐 의자를 무릎으로 끌어당기는 모습, 데이비드가 뒤에서 장난을 쳐도 웃어넘기는 태도, 가족 싸움이 벌어져도 조용히 주방에서 물을 데우는 손길. 이런 순간들은 윤여정 배우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운 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자가 데이빗에게 다가오는 과정도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친절을 과하게 베풀지도 않고, 이해받고자 하는 눈치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방식대로 아이 곁에 앉아 있고, 그 시간이 쌓이며 정이 흐릅니다. 이 ‘강요 없는 사랑’은 많은 해외 관객에게도 특별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실제로 미국 평단에서는 “따뜻함도 차가움도 아닌, 기묘하게 삶의 냄새가 나는 연기”(LA Times), “전형성을 비껴간 한국 할머니의 새로운 이미지”(Variety)라고 극찬했습니다.

    3. 정이삭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 — ‘이민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견딘 사람들의 기록’

    〈미나리〉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아메리칸드림 성공 서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감독 정이삭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꺼내 놓으며, 이민자가 꿈을 이루는 과정보다 그 꿈을 지키기 위해 무너졌던 순간들, 그리고 그 무너짐을 다시 일으켜 세웠던 사람들의 얼굴을 더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농장이 뜻대로 되지 않고, 부부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어린 데이빗의 건강이 걱정될 때마다 이 가족은 여러 번 주저앉을 뻔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텨낸 건 거창한 포부가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 그리고 가족이라는 연결고리였습니다.

    정이삭 감독은 실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민자 성공담이 아니라, 그 시절 우리가 간신히 버텼던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그 말의 의미가 영화 전반에 스며 있습니다.
    화려한 성취보다, 조금씩 무너지는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
    누가 더 희생했고, 누가 더 고생했는지를 따지기보다, 그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버틴 시간에 대한 기록.

    그리고 정 감독은 이 기록을 감정 과잉이나 드라마틱한 연출 없이 아주 조용하게 보여줍니다.
    과장된 음악을 크게 깔지도 않고, 성공이나 실패를 하나의 결과로 규정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카메라는 인물들이 밥을 하고, 물을 길고, 아이를 재우는 사소한 순간들에 오래 머뭅니다. 감독이 말한 ‘견딘 시간들’이 바로 이런 일상의 축적에 있다는 것을 잔잔하게 전달합니다.

    그래서 〈미나리〉는 한국 관객에게도, 해외 관객에게도 오래 남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부모의 이민 시절이 떠오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 혹은 가족의 고단했던 삶이 겹쳐 보이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그 사이를 버텨낸 사람들의 마음에 집중하는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 다시 볼수록 더 깊게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팩트체크 & 심층 정보

    〈미나리〉는 미국 영화사 A24가 제작했고,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기반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의 가족도 1980년대 아칸소에서 농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 해외 반응: 선댄스 심사위원 대상·관객상 2관왕,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 OTT: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애플TV(구매/대여)
    • 촬영지: 미국 오클라호마
    • 실화 여부: 감독의 실제 어린 시절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
    개인적인 감상 —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난 사람

    〈미나리〉를 다시 볼 때마다 저는 자연스럽게 친정엄마 얼굴이 떠오릅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늘 묵묵히 밥하고, 일하고, 하루 끝에 다리 아파서 조용히 다리를 주물러 앉아 있던 모습들. 어린 시절에는 그저 당연하게 보이던 장면들이 나이가 들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가 그 시절 엄마의 뒷모습을 정확히 꺼내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낯선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 주변 사람들, 언어, 문화, 일자리까지 모든 게 불확실했던 시절의 공기가 영화 속 가족에게 그대로 담겨 있어서 마음이 여러 번 흔들렸습니다. 이민자로 한 번쯤 살아본 사람이라면 더 잘 알 겁니다. 삶이라는 게 성공과 실패로 그때그때 깔끔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저 한 계절 버티고, 다음 계절에 씨앗을 심고,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고 한 해를 넘기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을 거라는 것을요.

    그러다 문득 생각합니다. 그렇게 버티던 어른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외로움이 있었을까. 어떤 희망을 붙잡고 살았을까. 영화 속 순자 할머니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길을 보면서, 그 시절 모든 엄마들의 마음이 겹쳐 보였습니다. 말 한마디로 위로를 주지 못했지만, 그저 곁에서 버텨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던 어른들의 방식이 이 영화 안에서 선명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미나리〉는 단순히 ‘이민 영화’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기억을 조용히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고 느껴졌습니다. 삶이 요란하지 않아도, 대단한 성취가 없어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늘 하루를 잘 버틴 것”이 가장 큰 용기였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3줄 요약
    1) 미나리는 ‘이민자의 성공담’이 아니라 ‘버틴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2) 윤여정의 순자는 투박함 속에 한국적 강인함을 담아낸 잊기 힘든 캐릭터입니다.
    3) 해외에서 보면 더 가슴 깊이 남는 영화이며, 지금 보기에도 충분히 강한 울림을 줍니다.
    FAQ

    Q. 미나리는 왜 해외에서 그렇게 큰 반응을 얻었나요?
    A. 이민자 서사를 다뤘지만 전형성을 벗어나 있었고, 가족과 생존이라는 보편적 메시지가 전 세계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됐습니다.

    Q. 아이가 보는 미나리와 어른이 보는 미나리는 많이 다른가요?
    A. 아이에게는 모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른에게는 ‘견딘 시간들’이 더 크게 남는 영화입니다.

    Q. 실제 배경은 모두 감독의 경험인가요?
    A. 주요 정서와 상황들은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출처
    A24, 판씨네마 제공 자료 · KMDb · KOBIS · Variety · LA Times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