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화는 극장을 나서는 순간 잊히고, 어떤 영화는 몇 년이 지나 보고 있던 일을 멈추게 합니다. 이 영화는 제게 후자였습니다.” 1️⃣ 2020년 극장에서 처음 만난 – 아직도 생생합니다.2020년, 저는 그해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갔습니다. 마스크 쓰고 간격을 두고 앉아야 했던 때라, 극장 조명 하나가 꺼지는 순간조차 낯설었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을 만났습니다.영화 초반, 자영이 종일 반복되는 사무보조 업무 속에서 서류 더미를 넘기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 “아, 이 세계를 안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오랫동안 경험해 온 일터의 풍경과 어딘가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그때는 영화가 “웃음 많은 직장 코미디”라고만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몰입해갈수록 등장하는 감정..
| 카테고리: 가족·휴먼드라마제목 담보 (Pawn, 2020)감독 강대규출연 성동일, 김희원, 하지원, 박소이개봉 2020년 9월 29일장르 가족, 드라마OTT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1. 낡은 트럭 안에서 시작된 낯선 보호본능처음 〈담보〉를 봤을 때 머릿속에 남은 건 화려한 영상도 대사도 아닌 낡은 트럭의 소리였습니다. 엔진이 덜컹거릴 때마다 두 남자의 인생이 같이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돈을 빌려주고 받아내는 일을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숨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날, 채무자의 집에서 한 여자가 돈 대신 딸을 맡기고 떠나는 장면은 진짜 현실처럼 차갑고 조용했습니다. “잠깐만 봐주세요, 금방 올게요.” 그 한마디 뒤로 문이 닫히고, 아이 ‘승이(박소이)’만 남..
“배고픔보다 무서운 건 사람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은 단순한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나눔의 가능성을 동시에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 한 장면이, 끝내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1. 첫 장면에서 느낀 인상처음엔 솔직히 뭔가 실험영화인가 싶었습니다. 색도 흐리고, 사람도 거의 안 나오고, 그저 콘크리트 벽이랑 침대 하나. 그게 다였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 단조로움이 오래 남았습니다.고렝이 눈을 뜰 때, 저는 괜히 숨을 죽였습니다. 조명이 너무 차가웠어요. 빛이라기보단, 냉장고 안에서 나오는 불빛 같은 느낌.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기보다, 그냥 ‘버티는 공간’ 같았습니다.잠시 후, 천장 위로 뚫린 사각형 구멍이 보였는데 그..
영화 〈반도〉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닙니다. 연상호 감독이 그린 것은 멸망한 세상에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의 얼굴이었습니다. 제목 반도 (Peninsula)감독 연상호출연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개봉 2020년 7월 15일장르 액션, 스릴러, 드라마OTT 2025년 현재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에서 감상 가능1. 첫 장면에서 느낀 인상 영화 〈반도〉의 첫 장면은 마치 세상이 한순간에 멈춰버린 듯했습니다. 아무 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푸른 어둠 속에서 배 한 척이 미끄러지듯 흘러가고 있었고, 그 안의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습니다. 숨소리조차 죄처럼 느껴지는 그 정적은, 이 세계가 이미 파괴되었음을 조용히 알려주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