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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출처: A24 Films / Wikimedia Commons

     

    1. 영화 정보 및 제작 배경

    영화 「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The Last Black Man in San Francisco, 2019)」는 조 탈봇(Joe Talbot)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2019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작사 A24의 감각적인 영상미와 젊은 감독 특유의 섬세한 시선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도시의 변화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인종 영화가 아닙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상징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과 세대 교체, 그리고 ‘잃어버린 집’을 둘러싼 정체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감독은 실제로 주연배우 지미 페일스(Jimmie Fails)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습니다. 즉, 실화에서 비롯된 ‘나의 도시, 나의 집’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 줄거리 요약

    지미는 샌프란시스코의 오래된 빅토리아풍 주택을 그리워하는 청년입니다. 그 집은 그의 조상이 직접 지었다고 믿지만, 지금은 다른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지미는 친구 몬트와 함께 그 집을 몰래 수리하며, 언젠가 되찾겠다는 꿈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합니다. 도시는 부유한 사람들의 공간으로 변했고, 그들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집이 비워지자 지미는 다시 그곳에 들어가 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집의 소유권 문제로 쫓겨나고, 그는 결국 자신이 믿어왔던 ‘나의 집’이 허상임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진짜로 소유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3. 도시와 정체성 —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성

    샌프란시스코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과거 히피 문화의 상징이던 이 도시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 중 하나가 되었고,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서민층은 점점 밀려났습니다. 영화는 그 상실의 과정을 도시의 풍경으로 보여줍니다. 트램이 오가는 언덕, 황금빛 노을, 그리고 낡은 집들 사이로 새로 들어선 고층빌딩들이 대비를 이루며 ‘누군가의 추억이 다른 누군가의 부동산이 되는 현실’을 비춘 것입니다.

    4. 왓챠(Watcha)에서 다시 본 영화의 의미

    2025년 현재 이 영화는 왓챠(Watcha)에서 스트리밍 중입니다. OTT 환경에서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처음 개봉 당시보다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도시의 의미가 달라지고,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거주를 넘어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왓챠는 이 작품을 “도시의 기억을 담은 시적인 영화”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의 영상미는 정지된 사진처럼 느려 흐르고, 인물들의 대화는 현실보다 느슨하지만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OTT 환경에서 본다는 것은, 바로 이런 ‘여백의 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됩니다.

    5. 40대의 시선으로 본 도시와 상실의 감정

    79년생인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본 건 40대 중반을 넘어가며 ‘도시에서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20대에는 도시는 가능성이었고, 30대에는 경쟁의 무대였다. 하지만 40대가 된 지금은, 그 모든 화려함 뒤에 남은 공허함과 상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지미가 잃어버린 집을 붙잡으려 할 때, 나는 내 젊은 날의 ‘장소’들을 떠올렸다. 오래된 카페, 사라진 극장, 다시 가지 못할 골목들. 도시는 그대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가 떠난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정체성의 이동’을 통렬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흑인 청년의 이야기라기보다, 나이 들어가며 변해가는 모든 세대의 이야기다.

    6. 연출과 배우 분석

    조 탈봇 감독은 첫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롱테이크와 슬로우 카메라를 통해 도시의 공기를 시적으로 담았고, 배우들의 감정선을 억제된 대사와 눈빛으로 표현했습니다. 지미 페일스는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연기하면서도, 그것을 신파가 아닌 현실로 끌어올렸습니다. 조너선 메이저스가 연기한 몬트는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로, 영화의 감정적 균형을 이룹니다.

    7. 총평 및 별점

    「더 라스트 블랙 맨 인 샌프란시스코」는 느리고 조용한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강한 진심이 있습니다. ‘집을 잃는다는 것은 곧 나 자신을 잃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시대를 초월해 다가옵니다. 40대가 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며, 나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사라지고 있는 풍경’을 본 느낌을 받았습니다.

    별점으로는 5점 만점에 4.5점을 주고 싶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깊고 잔잔하며 오래 남는 영화.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는 숨은 명작으로, 삶의 방향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 이 글은 개인적 경험과 인문적 해석을 담은 비상업적 리뷰입니다.